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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한국산 ‘코로나 킬러’ 특수 필터, 해외선 불티나는데 국내선 찬밥

  • 2022-09-22

건설연 프로젝트로 개발된

항바이러스 필터ㆍ공조장치


작견 5783대 팔려나갔는데


행정절차ㆍ보신주의 영향


국내 판매 고작 429대 그쳐





이른바 ‘코로나 킬러’로 불리는 공기청정기 특수 필터가 국내에서 홀대받는 반면 해외에선 각광받고 있다. 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이 필터를 장착한 공기청정기 제품은 지난해 90% 이상 해외에서 팔렸고, 올해 계약분도 전부 해외 방역기관인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팬데믹(대유행) 해결을 위해 미국, 유럽 등 방역기관들이 앞다퉈 구매 경쟁을 벌이는 동안 정작 원천기술을 보유한 한국에선 까다로운 행정절차와 보신주의에 막혀 외면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한국건설기술연구원(건설연)에 따르면 ‘신종 바이러스 감염 대응 융합 솔루션 개발’ 프로젝트(2016∼2022)의 일환으로 개발한 ‘항바이러스 필터 및 공조장치’가 국가 연구개발(R&D) 과제로는 드물게 국내외 기업들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이 기술은 광촉매 원리를 공기청정기에 적용해 공기 중 코로나바이러스를 99% 제거해준다. 필터에 들어있는 작고 동그란 산화 티타늄 알갱이에 자외선(UV)을 쬐면 바이러스를 파괴하는 활성산소가 발생하는 원리를 이용했다.

실제 특수 필터를 장착한 공기청정기를 통과한 코로나바이러스는 인체 세포에 달라붙는 돌기가 사라져 전파력을 크게 잃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술은 물리적으로 바이러스나 유해물질을 걸러주는 헤파필터 장착 방식의 기존 공기청정기와 달리 감염원을 직접 제거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특히, 세균ㆍ바이러스를 직접 분해ㆍ제거하기 때문에 필터에 쌓인 유해 미생물의 재배출 우려도 없다. 폭염이나 강추위 또는 밀폐 구조로 환기가 어려운 실내 공간으로 오염원이 계속 유입되더라도 바이러스 저감 성능이 최대 60%에 달했다. 

  

 
 

 

연구책임자인 구현본 건설연 수석연구원<사진>은 “코로나바이러스 외에도 대장균, 살모넬라균, 로타ㆍ노로 바이러스 등 세균 및 바이러스의 종류와 상관없이 제거 효과가 탁월하다”면서 “현재까지 8개(2개사 진행 중) 기업들과 기술 이전을 통해 27종의 제품을 출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제품들은 지난해 총 5783대가 팔려나갔다. 대구ㆍ경북ㆍ부산지역 선별진료소, 21대 총선 관악ㆍ노원ㆍ성북구 투ㆍ개표소 등에는 무상지원했다.

하지만 전체 공급 물량 중 국내분은 전체의 7% 수준인 429대에 그쳤다. 반면 해외 판매는 5354대로 93%에 달했다. 올 들어 신규 계약분 1만4000여대 역시 전부 해외 고객사다. 공급 국가도 미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일본, 대만, 태국 등 20여개국에 이를 정도 다양하다. 구 수석연구원은 “정부 차원에선 방역현장 적용을 적극 권장하고 있지만 수요기관들이 별도의 항균ㆍ항바이러스 인증체계를 요구하고 있다”며 “이와 달리 외국에선 인지도 있는 연구기관의 검증 데이터만 있으면 보급을 허용한다”고 말했다.

장관급 논의기구인 코로나19 치료제ㆍ백신 개발 ‘범정부지원위원회’는 지난해 10월 7차 회의에서 건설연의 항바이러스 필터 및 공조장치에 대해 “충분한 환기와 유사한 수준으로 감염병 공기 전파 위험이 저감되는 것을 확인했다”며 감염병 확산 위험이 높은 실내 다중이용시설, 학교 등에 활용을 권고했다. 그럼에도 국내 수요는 더딘 형국이다.

전문가들은 한국과 외국의 신기술 도입 속도 차이에 대해 모든 방역시스템을 의료(의사)분야가 주도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공조시스템(기계), 공기품질(건축), 감염원 저감효율(미생물), 감염병(의료) 등 각 분야가 다른데도, 공조시스템과 공기품질까지 의료 분야의 시각으로 이끌려한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한국 특유의 강력한 감사시스템이 추가되면서 보신주의가 팽배한 것도 한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김태형 기자 kth@dnews.co.kr



[기사원문 : 대한경제. 2021.01.08, 김태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