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센터
보도자료“코로나 위기, 새 기회로”… 대형 공기청정기 신시장 뚫다 [창의·혁신 현장을 가다]
“우리 것으로 하자” 공기청정기 사업 / PC 유통서 2000년 렌털사업으로 전환 / “남의 제품으로 한계”… 직접 개발 뛰어들어 / 가정용 이미 대기업 장악… 산업용 눈 돌려 / 오랜 연구 끝에 ‘유니큐 슈퍼메가’ 선보여 / 새로운 도약의 날개 펴다 / 73∼1000평 커버… 지하철 역사 등 배치 / 항균·항바이러스 광촉매 필터와 결합 / ‘코로나19 고통’ 세계시장으로 진출 채비 / “올 매출 300억 목표·내년 기업공개 추진”
지난 25일 찾은 서울 구로구 구로동의 이지렌탈 본사 연구소에서는 각종 대형 공기청정기가 쉼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동석한 회사 관계자는 “이곳은 특별히 좀 더 쾌적한 느낌이 들지 않냐”며 농담을 건넸다.
렌털사업이 주력인 이지렌탈은 최근 창립 20주년을 맞아 ‘공기질 관리 기업’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지속 가능한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해서다. 1989년 서울 용산전자상가에서 컴퓨터 유통업체로 시작한 이지렌탈은 렌털산업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대형 공기청정기 시장에 본격 뛰어들었다. 공기청정기에 바이러스를 사멸시키는 광촉매 기술 접목을 통해 최근 세계를 강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도 새로운 기회로 만들겠다는 각오다.
◆렌털에서 공기청정기로 미래 개척
이지렌탈 박무병 회장은 1989년 PC 유통업체로 사업을 시작했다 2000년 렌털사업으로 눈을 돌렸다. 지인을 통해 일본에서 렌털시장이 유행한다는 사실을 전해들은 박 회장은 PC, 노트북으로 렌털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 선거 캠프에 필요한 컴퓨터 등 각종 장비를 납품하는 등 공공 영역을 고객으로 만들었다. 기업과 공공기관 8000여 곳을 고객사로 둔 이지렌탈은 지난해 광주세계수영대회 등 국제행사의 렌털 업체로 선정됐으며, 지난 4월 21대 총선 때 사전투표용 노트북 1만4000대도 수주했다. 취급 품목 역시 PC와 노트북 중심에서 사무가구, 영상·음향기기, 행사용 천막·테이블 등 3000여종으로 늘리며 지속적으로 성장해 왔다.
이지렌탈은 꾸준한 성장에 안주하지 않고 2016년 공기청정기로 눈을 돌렸다. 박 회장은 “다른 회사가 만든 제품으로 렌털을 하다 보니 마진이 5∼7%밖에 남지 않아 ‘우리 것으로 사업을 해 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며 “마침 2010년쯤 도전했다 실패한 환기장치 사업의 연구개발(R&D) 담당자들이 다시 해보고 싶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고 대형 공기청정기 사업에 도전한 배경을 설명했다.
개발 당시 가정용 공기청정기는 대기업 제품이 시장을 장악한 만큼 이지렌탈은 시작부터 산업용 대형 공기청정기로 눈을 돌렸다. 외부 접촉이 잦은 공장, 전시장, 병원, 체육관 등 높고 면적이 넓은 공간은 가정용 공기청정기가 깨끗한 공기를 내보내도 용량이 작아 공기 순환이 잘 되지 않기 때문에 대용량 공기청정기 시장의 성장성이 클 것으로 내다봤다.
이지렌탈은 오랜 연구 끝에 대형 공기청정기 ‘유니큐 슈퍼메가’를 내놨다. 제품 아래 흡입구로 미세먼지를 빨아들이고 내부에서 공기를 정화해 제품 위쪽으로 깨끗한 공기를 내보낸다. 디자인은 세련되면서도 폭은 30㎝로 슬림하게 만들어냈다. 유니큐 시리즈는 1대로 241㎡(73평)부터 넓게는 3305㎡(1000평)까지 공간의 공기청정 기능을 담당한다. 바람을 멀리 보내기 위해 산업용 대용량 모터를 개발하고 산업용이라는 점을 감안해 사물인터넷(IoT) 기능도 갖췄다.
하지만 제품 출시 이후 규제에 걸려 B2G(기업과 정부 간 거래) 시장을 뚫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B2G 시장은 조달청 나라장터에 등록돼야 하는데 이지렌탈의 제품 같은 대형 공기청정기는 나온 적이 없어 기준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끈질기게 매달려 일본 테스트 자료와 전문 연구기관의 실증 자료를 토대로 지난해 나라장터를 뚫을 수 있었다. 이후 SRT 동탄역과 수원역, 부산 지하철 역사, 코엑스, 수자원공사 등에 1500여대의 공기청정기를 제공하며 순항 중이다.
코로나19로 산업계가 고통을 겪고 있지만, 이지렌탈은 오히려 이를 기회로 삼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기업 재택근무 비율이 늘고 학교도 온라인 교육을 실시하며 노트북 수요가 늘어나기도 했지만 메인은 광촉매 필터를 결합한 대형 공기청정기다.
광촉매 필터는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를 계기로 2016년부터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개발한 항균·항바이러스 필터다. 광촉매 공조필터는 광촉매가 빛과 반응할 때 발생하는 활성산소의 강력한 산화력을 통해 세균과 바이러스를 제거해 대장균, 살모넬라균, 로타바이러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등을 99% 이상 제거할 수 있는 필터다.
이지렌탈은 건설기술연구원으로부터 광촉매 필터 기술을 이전받아 대형 공기청정기에 적용하고 있다. 기존 대용량 공기청정기에 광촉매 필터 기술을 도입한 ‘유니큐 에어큐어’을 출시했고, 신제품에도 이를 적용하기로 했다.
이지렌탈 임직원들이 6월 12일 서울 구로구 본사에서 열린 창립 2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지렌탈 제공
세계시장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 지역 여건상 공기질에 대한 관심도가 높은 중동과 일본·미국 등 글로벌 대형 공기청정기 시장으로의 수출을 타진하고 있다. 이지렌탈은 샘플 장비를 두바이에 보내 지역 특성에 맞는 대형 공기청정기 성능을 테스트하고 있으며 남미에도 샘플장비를 여러 대 보냈다고 밝혔다. 이밖에 미국에서도 3000대 이상 주문을 검토하고 있으며, 태국·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지역도 시제품 요청이 들어오고 있다.
이지렌탈은 이를 바탕으로 올해 공기청정기 사업에서만 150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으며 올해 매출 목표는 전년(135억원) 대비 대폭 증가한 300억원으로 잡았다. 내년에는 기업공개(IPO)까지 바라보고 있다. 박 회장은 “창립 20주년을 맞이한 만큼 안정된 기존 렌털사업과 신성장 동력인 대형 공기청정기 사업을 통해 재도약할 것”이라며 “30주년에는 탄탄한 기업으로 성장해 누구나 일하고 싶은 그런 기업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주력은 PC 렌털… 미래 동력은 대형 공기청정기”
이지렌탈 박무병 회장이 서울 구로구 이지렌탈 본사에서 자사 대형 공기청정기에 대해 설명하던 중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지렌탈 제공
“‘우리 것’을 가지고 사업을 해보자는 게 시작이었습니다.”
이지렌탈의 새로운 먹거리인 대형 공기청정기를 소개하는 박무병 회장의 목소리는 자신감이 있었다. 박 회장은 1980년대 후반 서울 용산전자상가에서 첫 창업을 한 뒤 30년 넘게 회사를 경영하고 있지만, 그의 도전은 스타트업 못지않게 현재진행형이었다.
박 회장은 “저는 용산전자상가 1세대라고 할 수 있다”며 “7평짜리 가게에 타자기 한 대와 경리 한 명을 두고 조그맣게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당시 컴퓨터 부품은 대부분 대만에서 제조했고, 대만에서 수입한 부품을 조립해 컴퓨터를 판매하고 메인보드 등을 유통하는 것이 사업의 시작이었다. 컴퓨터 조립 전문점으로 시작한 회사는 브랜드 컴퓨터 대리점 사업까지 확장하며 성장해 나갔다. 하지만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로는 장기적인 성장이 힘들다는 판단이 섰다.
2000년 닷컴 열풍이 불면서 박 회장은 지금의 이지렌탈의 전신인 현대멀티미디어를 설립했다. 그는 “처음에는 소프트웨어 회사로 시작했지만 이 역시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마침 일본에서 귀국한 지인이 렌털사업 아이디어를 제공했고, 현재 이지렌탈의 주력인 렌털사업이 시작됐다. 노트북이 본격적으로 대중화하던 시기라 컴퓨터, 노트북 등을 대여하는 사업으로 방향이 잡혔다. 컴퓨터는 10년 넘게 해오던 박 회장의 주특기이기도 했다.
초창기 외국계 기업들이 주를 이룬 렌털사업을 뚫기 위해 박 회장은 틈새시장을 공략했다. 그는 “렌털 비즈니스 특성 상 24개월, 36개월 등 장기 임대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우리는 열흘, 한 달 등 단기렌털에 집중했다”며 “이를 통해 관공서 행사, 기업 연수 등을 비롯해 선거에서도 다양한 시장이 열리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박 회장은 현재 이지렌탈의 주력 사업은 컴퓨터와 노트북 등의 렌털이지만 미래를 이끌 동력은 단연 대형 공기청정기 렌털이라고 전망했다. 박 회장은 “올해 공기청정기로만 매출 15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공기청정기 분야에서도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상황을 설명했다. 대기업 제품으로 보급이 많이 이뤄진 가정용·소형 공기청정기 대신 다중이용시설에 쓰이는 대형 공기청정기 시장을 개척하고 차별화한 것이다.
박 회장은 ‘사람’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지렌탈의 이사, 전무 등 경영진은 대부분 초창기 멤버 그대로고 10년 이상 장기근속자가 전체 직원의 20%에 달한다. 경영모토 역시 ‘직원이 행복해야 고객이 행복하다’로 삼았다. 그는 “렌털 비즈니스를 하는 데 지인의 조언이 큰 도움이 됐듯, 많은 사람을 만나는 것은 리더에게 반드시 필요하다”며 “중소기업은 특히 소중한 조언자들을 곁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우중 기자 lol@segye.com